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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나카가와: 전 그전부터 이 만화가 상을 받는 게 당연하다고 항상 생각해왔습니다. 이 작품은 능숙한 스토리 전개와 철저한 사전준비, 그리고 완벽한 그림까지 세 가지 요소 모두 훌륭하거든요. 게다가 저처럼 아이누 문화와 아이누어의 부흥과 홍보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에게 이 작품은 아이누 민족 구성원들과 그들의 문화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최근에는 주간 아사히 (6월 15일 에디션)에서 첫 페이지에 아이누 문화를 다루는 한 사진을 발행하기도 했었죠. 과거 주목을 거의 받지 못했던 아이누 문화는 대중매체에서 다뤄지기 시작했어요. 골든 카무이가 이러한 상황을 불러일으켰다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어요. 이런 상황의 원동력에는 분명 아시리파라는 이름의 매력적인 여주인공이 존재하기 때문이겠죠.

 

처음에 작가 노다 씨와 편집 담당자 오오쿠마 씨가 제게 첫 챕터의 원고를 보여주었는데, 그때 캐릭터는 아직 ‘아시리파’ 라는 이름이 지어지기 전이었어요. 저는 노다 씨에게 그가 원래 생각하고 있던 이름을 쓰지 말아달라고 요청했고, 그가 생각해낸 몇 가지 이름 중에서 ‘아시리파’를 추천했죠. 노다 씨, ‘아시리파’란 이름을 생각해 냈는데 그 이름은 어디서 따왔습니까?

 

노다: 나카가와 선생님에게 몇몇 후보를 제시했었습니다. 처음에는 ‘시놋타’ 라는 이름이었죠.

 

나카가와: 아이누어로 그건 ‘노래를 부르다.’라는 뜻입니다. 모두가 함께 모여 즐겁게 노래를 부를 때 ‘시놋타’ 라고 하죠.

 

노다: 나카가와 선생님을 또다시 방문해서 ‘아시리파’ 라는 이름을 제시했어요. 나카가와 선생님께서 이미지와 맞는다고 하셨고, 그래서 ‘아시리파’로 하기로 결정했죠.

 

나카가와: 그 이름은 어디서 생각해내셨습니까?

 

노다: 기억이 안 나네요. (웃음) 메이지 시대에 태어난 아이누 사람들은 문신을 지녔다고 하던데. 그렇죠? 그들은 바늘을 이용해 잉크를 넣는 대신 직접 반경의 흉터를 냈다고 합니다.

 

오오쿠마: 골든 카무이에서, 죄수들이 감옥에서 문신을 하잖아요. 문신은 어떻게 한 건가요?

 

노다: 아이누인들처럼 쇠꼬챙이와 재를 사용했습니다.

 

나카가와: 만화에서 아시리파의 할머니가 이미 나이가 찼음에도 아직 아시리파는 문신을 하지 않았다며 얘기할 때, 아시리파는 요즘 젊은 사람들은 더 이상 하지 않는다고 대답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만화의 시대배경은 러-일 전쟁 이후죠. 아주 오래전, 아이누 여성들은 그들의 입 주위에 문신을 하곤 했어요. 그렇지만 1876년에 법이 제정되며 금지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아시리파의 세대에서는 꽤 오랫동안 금지가 되어왔을 것이고, 만약 아시리파가 스스로 문신을 새겼다면 그건 법에 저촉되는 일이 되겠죠.

 

오오쿠마: 아시리파의 옷은 어떻습니까?

 

나카가와: 첫 챕터에서 처음으로 아시리파의 복장을 봤을 때부터 산으로 갈 준비가 다 되어 있는 것 같더군요. 그림을 봤을 때 멋지다고 생각했고, 또 세부적인 부분에서 자료조사가 정말 잘 되어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누인들이 산에 갈 때는 타시로라 불리는 손도끼와 마키리라고 불리는 작은 검, 화살통과 화살, 그리고 쿠와라고 불리는 등산용 지팡이를 가져가곤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것들을 한 번에 보여주는 사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어요. 노다씨는 그 모두를 한 번에 그렸죠. 그림을 봤을 때 정말로 훌륭하다고 생각했고, 이 작품의 감수를 맡겠다고 결정했습니다.

 

당시에는 알아채지 못했지만 연재가 시작되었을 때, 저는 그녀가 다리에 입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에 관해 찾아보려고 했지만 아이누 여성들은 사냥에 참여하지 않았으므로 사냥할 때 무엇을 입었는지에 관한 이야기가 없었고, 남자들은 하의를 입지 않았습니다. 한겨울에 눈 속에서 사냥을 할 때도 아래에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해합니다. 그래서 노다 씨, 아시리파 씨에게 입도록 한 것은 무엇입니까?

 

노다: 모모히키 같은 것입니다. (긴 하의속옷)

 

나카가와: 그가 이전에도 답을 준 적이 있었지만 처음에 제가 그림을 봤을 때 저는 그녀가 어떤 타이츠 같은 것을 입고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조사를 해봤습니다. 알고 보니 타이츠는 19세기 프랑스에서 발명이 됐더군요. 이 만화는 오타루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어쩌면 아시리파는 시대를 앞서 미리 타이츠를 입었을 수도 있었겠죠. 이 일에 관해서 저는 홋카이도에 있는 오타루시 종합박물관장인 나오키 이시카와씨에게 과연 이러한 디자인이 괜찮은지 물어보았고, 이시카와씨는 “네 괜찮습니다. 사진으로 증거를 보여드릴게요.” 하고 답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타루에 사는 여성들이 그 시대에 스타킹을 입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오쿠마: 그야말로 현실이 픽션을 따라잡는 순간이네요.

 

나카가와: 박물관장인 이시카와씨와의 논의에서 알 수 있는 건, 이 작품은 정말 사실적이라는 것입니다. 그 정도로 세부적인 부분들까지 사실적으로 묘사되기 때문에 그런 논의가 오갈 수 있는 만화입니다.

 

오오쿠마: 가장 인상 깊었던 자료는 어떤 것이었습니까?

 

노다: 카라후토의 어느 아이누 사냥꾼으로부터 자료를 수집하고 있을 때였는데, 그가 사슴을 잡아 그 자리에서 즉시 해체했습니다. 저는 사슴의 뇌를 먹겠다고 요청했죠. 아무런 맛이 없는 구미젤리 같더군요. 사냥꾼들조차 더 이상 먹지 않는 것 같습니다.

 

나카가와: 만화에서 아시리파가 동물의 뇌가 무척 맛있다는 듯이 먹는 것과 반대로 일본인들은 먹기를 두려워하잖아요. 노다 씨는 먹기 전에 어땠습니까?

 

노다: 맛을 알고 싶다는 제 집념이 무척 강해서요. 그렇지만 저와 함께했던 아이누인은 거절하더라고요. (웃음)

 

오오쿠마: 노다씨는 수집한 자료에 기반해서 그리지만 현실과 픽션 사이를 묘사할 때 특히 까다로우신데요. 예를 들어 아이누어에 관해서도 그런데, 홋카이도 방언 같은 건 어떻습니까?

 

노다: 그 시대의 홋카이도 아이누는 홋카이도 방언으로 말했기 때문에 아시리파의 경우 심한 홋카이도 방언을 썼을 것이 분명합니다.

 

나카가와: 맞습니다. 심지어 현재 홋카이도 사람들 역시 홋카이도 방언을 사용하죠. 노다씨는 홋카이도 출신이시죠?

 

노다: 저희 어머니가 심한 홋카이도 방언을 갖고 계십니다. 가끔씩 저도 몇몇 단어는 이해할 수가 없어요. 그렇지만, 만약 만화에서 홋카이도 방언을 사용해 대화를 한다면 이미 아이누어까지 있는 상황에서 독자들에게 언어적 장벽이 더 높아질 것입니다.

 

나카가와: 동의합니다. 기묘하게도, 비록 만화는 홋카이도를 배경으로 하지만 홋카이도 방언은 실질적으로 전혀 사용되지 않습니다. 배경을 생각해보면 아시리파가 학교에 다니지 않았다고는 해도 그녀는 아주 표준적인 일본어를 구사하죠. 그녀가 어디에서 표준 일본어를 배우게 했나요?

 

노다: 현재로선 그녀의 아버지로부터 배웠다고 하죠.

 

나카가와: 그렇지만 아시리파의 아버지를 폴란드계와 카라후토 아이누계의 피가 섞인 인물로 설정했잖아요. 러-일 전쟁 전까지, 카라후토는 러시아에 속해있었기 때문에 그 시대에는 오로지 러시아인들만 존재했습니다. 그가 카라후토 아이누 어머니와 폴란드인 아버지에게서 자랐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는 일본어를 하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역주: 우이루크가 어떻게 일본어를 배우게 되었는지는 이 대담으로부터 몇 개월 후에 발행된 챕터에서 설명된다.)

 

노다: 그 아이누 마을 사람들은 일본인들과 교류하기 위해 일본어를 배웠습니다, 확실히.

 

나카가와: 그렇지만 홋카이도 방언으로 말이죠.

 

노다: 음, 맞습니다. (웃음) 홋카이도 내에서도 몇 가지 방언들이 존재합니다. 아이누 방언도 마찬가지고요.

 

나카가와: 이야기가 시작되는 첫 장소는 오타루입니다. 역시 오타루에도 아이누인들이 살고 있었죠. 아시리파가 오타루 가까이에서 살던 아이누였다는 점에서 그녀는 오타루 방언으로 말해야하지만 우리는 실제 그 방언이 어땠는지 알지를 못합니다. 메이지 시대 이후로 관련된 기록이 거의 없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적절히 꾸며낸다는 결정을 내렸지만, 무에서 창조할 수는 없었기에 묘비를 통해 근처의 방언들을 추측했고, 이를 바탕으로 여러 방언을 섞어 오타루 방언으로 만들었습니다.

 

비록 허구의 오타루 방언을 만들어냈다고는 해도 아시리파 일행은 홋카이도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죠. 그들이 이동할 때마다 사용되는 방언 또한 달라져야 하는데, 경솔하게도 이런 부분에서 실수를 했습니다. 실수가 지적되자마자 곧장 만화책에서 수정했어요. 그들이 가는 곳마다 다른 아이누 방언을 사용하도록 바꾸었습니다.

 

노다: 카라후토 아이누어는 또 많이 다릅니다. 러시아어, 윌타어, 그리고 사츠마 방언도 마찬가지로 자문인으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나카가와: 윌타어는 카라후토에 사는 소수민족이 사용하는 언어인데, 현재는 몇백 명의 사람들만이 남아있습니다. 일본의 유일한 윌타어 전문가인 야마다 요시코 씨에게 감수를 받고 있다니 정말 놀랐습니다.

 

오오쿠마: 마지막으로, 앞으로 어떻게 되기를 바라는지 말씀해주세요.

 

나카가와: 이 만화는 사회적으로 큰 영항을 끼쳤습니다. 아이누 문화에 대한 관심을 이끌었죠. 이것이 좋은 방향으로 가는가는 우리의 노력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관심이 연재가 끝난 후에도 사라지지 않도록 영향을 어떻게 지속시킬 것인지 생각해야만 할 것입니다.

 

노다: 제가 골든 카무이를 그리기 전, 홋카이도의 다양한 곳에 있는 아이누인들을 만나러 간 적이 있습니다. 어느 아이누인이 제게 당부한 것은 단 한가지입니다: “비참하고 슬픈 아이누에 대해 쓰지 말아 주세요. 대신 우리를 위해 강한 아이누를 그려주세요.” 이것이 전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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